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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133편] 소년이 온다
    2025. 12.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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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133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타기 전에 그녀의 유명한 작품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읽었었습니다.

     

    그 날 이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엥? 왜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책이 너무 난해하고 좀 불편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러다가 우연찮게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고 구입해서 읽어봤는데 ㅠㅠ

     

    너무 몰입이 잘 되고, 슬프고,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 까지..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

     

    노벨상을 받을만 하다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입니다.

     

    전두환이라는 실제적 인물이 포함된 사실 기반의 소설이며 민주화 운동 중에 살해된 '동호'라는 아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위의 형과 누나들이 죽어가는 이야기

     

    가장 친한 친구가 죽은 이야기

     

    내 자신이 죽어서 혼이 되어버린 이야기

     

    자식이 살해당한 어머니의 이야기

     

    끔찍한 고문을 겪어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전개됩니다.

     

     

     

    제가 그 날에 있지도 않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진짜 인지 조차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기에 그 날의 진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이라면 정말 끔찍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정말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 적나라하게 잘 적혀있었습니다.

     

    채식주의자에서도 그랬듯이 인간이 고통받고, 고뇌하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하시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처절한 이야기 속에 몰입이 잘 되더군요.

     

     

    저는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챕터인 '6장. 꽃 핀 쪽으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정말 담담하게 잘 녹여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가슴 안 쪽에 존재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여러 방면의 후회와 뒤엉킨 슬픔 등이 너무 잘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보다가 눈물을 조금 주르르 흘려버렸을 정도입니다.

     

     

    요즘같은 편가르기 시대에 조금 위험한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묘사, 표현력 등을 통해 정말 몰입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줄거리, 결말

     

    1장. 어린 새

     

    몸이 죽으면 혼은 어디로 갈까, 문득 너는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자기 몸 곁에 머무를까. 강당을 나서기 전에 너는 뒤돌아본다. 혼들은 어디에도 없다. 침묵하며 누워 있는 사람들과 지독한 시취 뿐이다.

     

     

    이제 시신들이 다 여기로 온대. 총 맞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병원 영안실엔 자리가 없단다. 너는 그녀들과 한 조가 되었다. 누군가 가족의 시신을 찾으러오면 맞는지 확인시켜주는 일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천으로 묶는 것도 의아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조심스럽게 네가 물었을 때, 은숙 누나는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쐇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그 다른 세상이 계속됐다면 지난주에 너는 중간고사를 봤을 거다. 그 다른 세상의 시간이 더 이상 실감나지 않는다.

     

     

    엄마와 작은 형이 날 찾으러 왔다. 세차게 팔을 잡아당겨 너는 엄마의 손을 떨쳐냈다. "걱정마요. 며칠만 일 거들다 들어갈게요. 정대(실종된 친구) 찾아서"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너는 다시 뛰어들어갔다.

     

     

    사실 너는 정대가 옆구리에 총을 맞는 것 까지 봤다. 갑자기 혼자 남은 너는 겁에 질려, 저격수의 눈에 띄지 않을 곳이 어디일까만을 생각하며 벽에 바싹 몸을 붙인 채 광장을 등지고 빠르게 걸었다.

     

     

    정대네가 살아채에 세 들어 산 지 이태가 되도록 너는 정대의 누나 정미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 그녀는 야학을 하기 위해 내 책을 빌려갔었다. "정대한테는 말하지 마라. 안 그래도 저 때문에 내가 학교 못 다녔다고 눈치 보는데, 중학교 검정고시 합격할 때까지만 모르는 척 해줘" 그런 생각들에 가슴을 저며 너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노인이 자신의 아들하고 손녀를 찾으러 왔다. 그는 시신들을 살펴보다 어느 관 앞에 멈췄다. 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2장. 검은 숨

     

    덤불숲 뒤에 쌓인 우리들의 몸은 이제 햇빛을 받아 썩기 시작했어. 자력에 붙들린 듯 내 몸에서 떨어질 수 없었어. 내 창백한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이곳에 너는 없었어 넌 여기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살아 있었어. 혼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만은 온 힘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어.

     

     

    두려움을 견디며 나는 누나를 생각했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느껴졌어. 누나는 죽었어. 나보다 먼저 죽었어. 더 이상 나는 정대가 아니었어.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어디선가 누나의 혼도 어른거리고 있을 텐데, 그곳은 어딜까.

     

     

    군인들이 다녀갈 때마다 가마니에 있던 몸들의 탑이 하나씩 늘어갔어. 총을 맞은 대신 머리가 음푹 으꺠어지고 어깨가 탈골된 몸들. 그 사이 드문드문 섞인, 환자복에 흰 붕대를 감은 깨끗한 몸들.

     

     

    누나를 만나야 해. 누나의 혼을 만나야 해. 누나는 이미 우리가 살던 방에 도아와, 나를 기다리며 그 창틀에, 차가운 댓돌 위에 어른거리고 있을지도 몰라.

     

     

    소리가 들렸어. 한번에 수천개의 불꽃을 쏘아올리는 것 같은 폭약 소리. 먼 비명소리. 한꺼번에 숨들이 끊어지는 소리. 놀란 혼들이 한꺼번에 몸들에서 뛰쳐나오는 기척. 그때 너는 죽었어. 그게 어디인지 모르면서, 네가 죽는 순간만은 나는 느꼈어.

     

     

     

     

    제3장. 일곱개의 뺨

     

    그녀는 일곱대의 뺨을 맞았다. 여자를 때린 사내의 얼굴은 평범했다. 사내가 말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싫으면 내 말 들어. 그 새끼 어딨어" 그 새끼란 번역가였다.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었고 그의 인상은 막연히 상상했던 수배자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의 사진을 올려본다. 문신 같은 뺨의 상처가 라디에이터의 열기에 달아오른다.

     

     

    교정국에서는 이번에 맡은 책 대부분에 먹줄을 그어놨다. 이 책은 이제 출판할 수 없다. 그녀는 빨리 늙기를 원했다. 빌어먹을 생명이 너무 길게 이어지지 않기를 원했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상무관으로 돌아갔다. 소수의 인원은 총을 챙겼다. 그녀에게 영혼이 있었다면 그 때 부서졌다. 카빈 소총을 멘 진수 오빠가 웃었을 때, 그리고 네가 어깨에 총을 메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동호야 왜 집에 안갔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 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함께 나워서 싸워주십시오" 군인들이 등장했고 다만 너를 기억했다. 너를 데리고 가려 하나 저는 꼐단으로 날쎄게 달아났다. "같이 가자 동호야. 지금 같이 나가야 돼"

     

     

    대학가와 가까운 그녀의 동네는 전염병이 지나간 것처럼 인적없이 괴괴햇다. 그녀가 초인종을 누르자 아버지는 기다렸던 듯이 달려나와 그녀를 들이고는 대문을 잠궜다.

     

     

     

     

    4장. 쇠와 피

     

    철창살로 막힌 다섯개의 방들이 부채꼴로 펼쳐져 있었고, 총을 멘 군인들이 중앙에서 우리를 감시했습니다. 한 시간여의 그 절망적인 침묵이, 그곳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킬 수 있었던 마지막 품위였습니다.

     

     

    그들은 침착하게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대답하든 소총의 개머리판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습니다. 내가 쓰러지면 그들은 등과 허리를 밟았습니다.

     

     

    선생이 나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김진수에 대해 물은 뒤 생각했습니다. 왜 그는 죽었고, 아직 나는 살아있는지. 감진수는 우리 중에서도 특별히 변칙적인 고문을 더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진수는 대학 신입생이었으니, 아직 뺨에 솜털이 나 있었습니다. 그해 나는 23살의 교대 복학생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수십만의 시민이 분수대 앞으로 모일 때 까지만.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쓸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이들이었던 겁니다.

     

     

    단순 가담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석방되고 이른바 극렬분자, 총기 소지자들만 상무대에 남았습니다. 고문의 양상이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거짓 자백뿐이었습니다.

     

     

    김진수를 다시 만난 것은 교도소를 나온 지 이태가 되어가던 세밑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고 가족이 신세를 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십년이 흘렀습니다. 하루하루의 불면과 악몽, 하루하루의 진통제와 수면 유도제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습니다. 우리 자신조차 우리를 경멸했습니다. 우리들의 몸속에 그 여름의 조사실이 있었습니다.

     

     

    부고를 들은 것은 그해 겨울이었습니다. 그의 장례식은 조촐했습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6장. 꽃 핀 쪽으로

     

    내가 이름을 부르면 얼른 돌아봐라이. 대답 한자리 안해도 좋은게, 가만히 돌아보라이. 아니제. 그럴 수 없는 것을 내가 알제. 내 손으로 너를 묻었은게

     

     

    나중에 느이 작은형이 그러드마는, 총을 맞고 피를 너무 흘려서 네 얼굴이 그리 희었다고. 그래서 관이 가벼웠다고.

     

     

    사글세라도 벌어 살림에 보태제 싶어 문간채에다 사람을 들였제. 콩알맨이로 자그마한 그 남매가 들어온게. 그 남매는 어디로 사라졌으까이. 그 집 아부지는 암매장 장소가 나타났다고만 하면, 어디 저수지에서 시체가 떠올랐다고만 하면 새벽이고 밤이고 달려갔다이.

     

     

    가끔은 말이다이, 내가 뭣한다고 문간채에다 사람을 들였을까.. 생각한다이. 그까짓 사글세 몇푼 받겠다고.. 정대가 이 집으로 안들어왔으면 네가 정대 찾는다고 그리 애를 쓰지 않았을 것인디..

     

     

    유족회에 처음 나간 것은 전화를 받고서였다이. 그 군인 대통령이 온다고, 그 살인자가 여기로 온다고 해서. 경찰서로 끌려가선 벽에 걸린 살인자 사진을 끌어내렸다이. 발에 유리가 박혔다이. 눈물이 흐르는지도 피가 튀는지도 몰랐다이.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그렇게 만나 싸웠다이. 뼛속까지 심장까지 차가워졌다이.

     

     

    어쩌끄나, 내가 서른살에 막둥이 너를 낳았는디. 네 중학교 학새증에서 사진만 오려갖고 지갑 속에 넣어놨다이. 낮이나 밤이나 아무도 찾아올 일 없는 새벽에, 여러번 접어 싸놓은 네 얼굴을 펼쳐본다이. 아무도 엿들을 사람이 없지마는 가만가만 부른다이... 동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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