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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63편] 지하에서 쓴 수기(줄거리, 서평)
    2023. 10. 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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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동안 시종일관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문학이라기보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징벌을 내리는 것이다.

    -지하에서 쓴 수기 마지막 문장-

     

     

     

    63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

     

    제가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 '인간실격'과 같은 결의 책을 찾기 위해 검색한 결과 이 책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고 강렬한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바로 구입해버렸습니다.

     

    작품해설에서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무한한 사유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진정한 자아를 반추할 수 있도록 자극하여 우리가 사고하는 존재임을 확인하도록 훈련시켜 줄 것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평생동안 추구했던 인간의 자유와 사랑의 이야기가 있고 뜨거운 토론과 논쟁이 있다."

     

     

    ...?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진 문학적 지식과 시야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제가 느꼈던 이 책을 표현하자면

     

    "자존감이 굉장히 낮고, 조현병 환자처럼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치스러움과 분노 발산이 특기인 한 남자의 망상 수필"

     

    문장이 얼마나 난해하던지 거의 두 번씩은 집중하고 읽어야 다음 문단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불안정한 한 남자가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단어와 문장들로 써내려가는 교훈없는 수기 혹은 소설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실격처럼 파괴적이고 역겹지만 세련되고 우아한 작품을 기대했건만 완독 후에는 난해함과 어지러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최저, 즉 지하에 있는 인간의 속마음을 다채롭게 표현한 것은 굉장했습니다만 그 이상의 무엇도 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대중의 평가와 자신의 평가는 굉장히 상이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스포 有)

     

     

    1부

    지하

     

     

    나는 병자다. 나는 못된 인간이다. 나는 매력이라곤 없는 사람이다. 지금 내 나이는 마흔이다. 나는 못된 공무원이었다. 나는 악에 받쳐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가도 뭐 인형이나 설탕을 곁들인 차 한 잔쯤 대접받으면 나긋나긋해지는 인물이다. 작년에 나의 먼 친척이 나에게 유산으로 6,000 루블을 물려주었을 때, 곧바로 사표를 내고 아예 집구석에 눌러앉아버렸다.

     

     

    쾌감은 온갖 것을 의식하고 수치스러워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나는 아름답고 숭고한 모든 것을 사랑한다. 어떤 인간을 막론하고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길 좋아하지, 이성과 이익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주 싫어한다.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고 끊임없이 머리에 새겨둘 것은 자연은 어떤 순간, 어떤 환경에서도 우리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봐야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성이란 지적 능력을 만족시키는 데 그칠 뿐이지만 욕구는 삶 전체의 표출이다. 인간은 온 세상에 저주를 퍼부어댄다. 오직 인간만이 저주를 퍼부을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은 목적을 달성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그 목적에 완전히 도달하길 꺼려하는 존재다. 인간은 한마디로 코믹한 존재다.

     

     

    인간은 행복 하나만 사랑할까? 인간은 행복 못지않게 고통도 사랑하지 않을까? 고통도 인간에게 행복만큼 유익하지 않을까? 이따금씩 인간은 열정에 가까우리만큼 고통을 지독하게 사랑한다.

     

     

    오늘 눈이 내린다. 누렇고 우중충하게 젖은 눈이다. 이 눈은 어제도 내렸고, 며칠 전에도 내렸다. 이 젖은 눈을 맞으니까 지금 나의 뇌리를 성가시게 맴도는 사건도 기억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사건을 젖은 눈에 얽힌 이야기라고 부르자.

     

     

     

     

    2부

    젖은 눈에 얽힌 이야기

     

     

    그 때 나는 스물네살밖에 되지 않았다. 나의 생활은 당시부터 이미 암울하고 무질서하고 황량할 정도로 외로웠다. 나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남들에게 말도 건네지 않았으며 점점 나 자신만의 구석으로 숨어들어갔다. 나는 우리 시대의 지성인이 그러하듯 병적으로 이성이 발달된 사람이다.

     

     

    집에서 나는 무엇보다 독서를 많이 했다. 독서 이외의 돌파구는 없었다. 당시 내 주변에는 내가 존경하고, 나를 이끌어 줄 만한 대상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울증에 빠졌다.

     

     

    아는 척을 하는 몇 안되는 동창인 시모노프에게 종종 찾아가곤 했다. 지금도, 예전도 그는 내가 그의 앞에 나타나면 당황하곤 한다. 이번에는 다른 동창들도 함께 있었다. 현역 장교인 즈베르꼬프의 전출을 위한 송년회를 준비하는 듯 했다. 이 송별회에 나도 끼워달라고 했지만 모두가 싫어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만 화까지 내며 참가를 희망했고 결국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일 오후 5시에 모두와 만나기로 했다.

     

     

    예전에 나에게도 한 때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려했다. 나는 그 아이가 주변의 친구들을 경멸해주길 바랬고 그 아이가 주변의 친구들과 절교할 것을 요구했다. 나의 뜨거운 우정은 그 애를 놀라게 했고 그 아이는 끝내 경련까지 일으켰다. 그 아이는 마침내 내게 헌신했다. 그러나 나는 굴복시키기 위해서만 그 아이가 필요했던 것처럼 나에게서 밀어냈다.

     

     

    5시가 되어 약속장소에 도착했지만 그 곳엔 아무도 없었다. 종업원한테 꼬치꼬치 캐물어본 결과 5시가 아니라 6시로 예약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너무 창피했다. 한 시간을 기다린 결과 내 동창들이 도착했다.

     

     

    나는 대화에서 완전히 따돌림당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대화에 끼지 못해 술도 많이 마셨고 취기에 나보다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이 녀석들을 조금 놀리기도 했다. 게다가 결투 신청까지 해버렸다. 나는 극히 태연한 척했으며, 이들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 때만 기다렸다. 나는 이들과 화해하는 순간이 오기를 애타게 갈망했다.

     

     

    결국 난 버려졌다. 이 한심하고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녀석들.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나는 분노에 차 이들을 쫓아갔지만 그 순간부터 끝없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고 결국 술에 취해 사창가나 들렀다. 사창가에서 '리자'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난 내 주제도 잊고 그녀를 위하는 척, 책에서 읽었던 문장들을 인용해 그녀에게 심각한 모욕감을 선사해버렸다. 한 여자의 마음을 찢어버리고도 난 멋있는 척을 하며 리자에게 내 집주소를 적어주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 지났고 평소부터 벼르고 있던 가정부(남자)와 신랄하게 싸우고 있을 무렵 리자가 진짜 내 집에 찾아왔다. 나는 리자 앞에서 죽은 사람처럼 넋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멋지게 말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내 진짜 삶을 보여주기 싫었다.

     

     

    '난 가난한게 오히려 자랑스러워... 가난해도 난 품격이 있기 때문이지...' 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위로했다. 그 와중에 히스테리성 발작도 나를 찾아왔다. 너무나 부끄러운 나는 그냥 리자를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복잡한 심정 속에서 나의 본심이 나왔다. "아까 나는 너에게 가난한게 수치스럽지 않다고 했지. 사실은 수치스러워. 내게 그것보다 창피한 것은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게 가난이야. 심지어는 도둑질보다 더 두려워. 왜 그런지 아니? 내 자존심이 말도 되지않게 강해서 그래." 난 눈물까지 쏟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로 달려와 두 팔로 내 목을 와락 껴안고 울음을 터뜨려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를 사랑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충분히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상대에게 폭군처럼 행동하여 정신적으로 군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에서 몽상할 때도 사랑은 투쟁이라는 상상밖에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사라져주길 바랬다. 나는 '마음의 안정'을 바라며, 지하에 홀로 남아 있기를 바랬다. 결국 리자는 떠났다. 나는 지독한 이기주의자고, 다른 사람들을 좋아할 줄 몰랐기에, 그녀의 반응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자 이유도 모른채 그녀를 뒤쫓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나는 리자를 본 적이 없었고 그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동안 시종일관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문학이라기보다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징벌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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