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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86편]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책 2024. 7. 6. 09:21728x90반응형
86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은 사채, 빚에 관련된 소설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이란 목숨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살인사건에 준할만큼 각박하고 쓰라린 돈에 쪼들리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 전세사기범, 보이스피싱범 등은 정말 살인범에 준하는 죄질을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은 두 파트로 진행됩니다. 속는 사람, 그리고 속이는 사람의 관점으로요.
돈 앞에서 얼마나 사람이 비참해질 수 있는지,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돈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사리분별을 못하고 근시안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지 잔인할만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싱글맘입니다. 가족의 돈을 홀라당 날려먹은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딸 아이 한 명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정신병까지 얻어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돈에 쪼들리며 서서히 망가져 갑니다.
또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은 싱글맘의 남편입니다. 온갖 일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인 딸 아이마저 아내가 데리고 사라져버렸습니다. 멘탈은 부서지고 죽고 싶은 상황에서 소프트 사채업이라는 활로를 찾아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면서 사업을 확장해갑니다.
서로 완전히 떨어진 듯 보이는 두 사람이 '돈'이라는 연결점으로 우연히 만나 비극이 진행되는데 여기서 돈이 주는, 가난이 선사하는 좌절감과 패닉을 느끼 실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줄거리(스포 有)
속는 사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작은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월세를 계속 밀려 독촉장까지 날아온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만 한다. 대부업체까지 찾아가봤지만 직업도 잃은 나에겐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거부했다.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회사는 블랙 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멘탈은 점점 깎여나갔고 전화벨이 울리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고 콜센터 문 앞에 서면 구역질이 올라오는 상황까지 왔다. 결국 그만들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좌절은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남자 경험이 없었던 나는 금세 그에게 빠져들었다. 결혼 후, 그는 우리 집의 돈으로 사업을 하다 말아먹었고 도박에 손을 댔다. 결국 아버지가 그의 모든 빚을 청산해주었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치매에 걸리셨다.
인터넷을 뒤지다 개인 대 개인으로 돈을 빌려주는 사이트를 찾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출 신청 메세지를 보냈다. 어느 중년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여 만났지만 그는 대출 조건으로 내 몸을 요구했다. 거의 성폭행을 당하기 직전에 뺨까지 얻어맞고 나서야 도망칠 수 있었다.
또 면접에서 떨어졌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이 때 SNS로 중년 여성 대부업자와 연락이 닿았고 싱글맘이라는 점이 그녀의 맘을 자극했는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우리 모녀의 목숨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간당간당 다시 붙은 느낌이었다.
딸 아이가 학교에서 급식비도 못 내는 거지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급식비도 4개월치나 밀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에게 이런 비참한 일을 겪게 하고 배고픔까지 경험하게 만들었다. 결국 대출을 더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돈을 갚아야 한다. 또 파산 위기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대출해주신 분께서 권유하신 성매매 업소에 면접까지 보게되었다. 결국 성매매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점점 나쁘게만 흘러간다. 남편에게도 연락이 왔다. 이미 연락처도, 주소도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소름끼치게도 그는 재결합을 요청했다. 기어코 거절하니 딸을 데리고 사라질 것이라는 말까지 감히 했다.
"그 때는 당신 죽이고 나도 죽을거야"
속이는 사람
아침 첫 업무로 SNS에 영업용 글을 올렸다. 사채 영업을 하면서 사용하는 가명 중 하나를 사용해서 말이다. 내 방에 있는 오래된 사진 안에는 내 딸 아야나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실려있다.
나에게는 사부님이 있다. 나를 사채업계로 이끌어준 아줌마다. 그녀에게서 몇 번에 걸쳐 돈을 빌렸던 게 도저히 갚을 방도가 없을 만큼 커졌지만 그 절박한 상화에서 사부님은 동업을 제안했다.
오늘처럼 일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온 날이었다. '아야나는 내가 책임지고 키울게'라는 메세지만 남기고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경찰에게도 미리 말을 해놔서 내 쪽의 실종신고도 통하지 않았다. 아야나는 내 인생의 보람이었다. 아무리 힘들 때라도 아야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견뎌낼 수 있었다.
오늘은 고객과 연관된 야쿠자에게 협박당해 고객 대출금 말소에다 더불어 지갑에 있던 8만엔 까지 갈취당했다. 장기 연체 고객 중 한명이 자살했고 그 결과로 트러블도 생겼다. 사채업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수요가 있으니 누군가는 해야한다. 나름대로 보람도 느꼈다만은 딸을 남기고 행방불명된 고객까지 나왔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고객이었던 싱글맘을 성매매 업소에 소개해준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 여자의 인생을 뒤틀어 버린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이 길 외에는 없다.
싱글맘이나 여성들에게 주로 대출을 해주고 대출금이 불어나면 성매매 업소를 알선해주는 것이 주된 루틴이 되었다.
여러 사건을 겪어도 사업은 불어나고 있다. 이제 혼자서는 버거워 내게도 파트너가 필요했다. 생판 모르는 남들보다 그래도 아내에게 권하고 싶었다. 사업영역을 넓히니 우연히 아내에게 대출 신청이 왔다. 그녀에게는 중년 여성인 척 하며 대출을 해줬고 필요할 때마다 그 즉시 대출해주었다. 성매매까지 접하려는 아내를 봤지만 끝까지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내는 성매매를 거부했다. 이제 아내에게 정식으로 파트너쉽을 요청하러 갈 생각이다. 아내의 주소, 연락처 모두 내 손에 있다. 다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싶다.
파트너 쉽을 제안하러 아내에게 찾아갔다. 아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내게 적대적이었다. 어떻게 연락처와 주소를 알게 되었는지 설명해주고 사실은 내가 대출을 해주었던 중년 여성이라고 고백했다. 그 때 딸 아이가 눈에 들어와 딸에게 다가가는 순간 복통에서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아내가 내 배에 칼을 꽂아버린 것이다.
"당신은 악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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