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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105편] 오후의 이자벨책 2025. 1. 5. 20:31728x90반응형오후의 이자벨『오후의 이자벨』은 우리가 삶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랑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모멘트》를 통해 운명적인 만남과 절절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아무리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더라도 극복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면 함께하는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멘트》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미국 여행 작가와 동베를린 출신 여성이 만나 서로 뜨겁게 사랑하지만 이념 대결로 치닫던 동서냉전
-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
- 출판
- 밝은세상
- 출판일
- 2020.08.05
서평
105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네요.
"당신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아마 지금 같은 절심함은 사라지게 될 거야"
"난 당신이 떠나길 바래. 떠나야 다시 돌아올 테니까"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본격 미혼 장려 책"이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인해 읽게 된 책인데, 책을 조금 보자마자 든 생각은 '역시는 역시 과연은 과연이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부정적인면에서요.
외국 소설에서 정말 흔하디 흔한 불륜에 ~ 섹스 파티에 ~ 영 흥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읽다보니까 조금 다르더군요.
이 책은 주인공과 이자벨이 만나 금지된, 불타는 사랑을 하고 서로의 삶을 살면서도 열렬히 사랑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내용의 책입니다.
초반에 사랑에 빠진 남자주인공을 보면서는 예전의 제 모습이 많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사람 앞에서 멋진 모습만, 이성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애새끼 같아지고, 자꾸만 더 요구하고 싶어지고, 서로가 맺은 약속 그 이상을 원하는 모습이 제 예전의 모습과 많이 겹쳐보였습니다.
이게 서로의 관계를 좀먹는 바이러스 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인 것 마냥 똑같이 행동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참 안타깝더라구요.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에게 환멸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은 말합니다. 항상 사랑을 찾고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주인공의 역겨운 문제점은 여기 있습니다. 이미 맺은 관계가 있는데도(와이프나 애인이 있는데도) 그 관계에서 불편함이나 불협화음을 느끼면 다른 여자를 통해 사랑을 느끼끼려하고 사랑을 갈구하더군요.
주인공의 삶이 한없이 추락할 때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 그 자체인 자신이었습니다.
심각한 알콜 중독이었던 전 와이프와 이혼할 때도 가만히만 있었더라면 조금만 참았더라면 훨씬 나은 상황이 발생했었을 겁니다.
'억' 소리나는 위자료도 훨씬 줄어들 것이고, 양육권도 본인이 쟁취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주인공은 파괴된 관계에서 벗어날 해결책으로 또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외도라는 잘못된 사랑의 방법을 택한 주인공은 그에 대한 형벌로 '억' 소리나는 위자료와 함께 양육권까지 뺏겨버리죠.
크게 상처받고,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깎여나가도 어떻게 이렇게 구구절절 사랑에 목을 메는 것인지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과 열렬한 사랑을 나눈 이자벨에게도 마찬가지로 매서운 손가락질과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군요.
제 정서와는 맞지 않았지만(대다수의 한국인들의 정서와 맞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예전의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당황하기도 했던 책이었습니다. 재미도 있었습니다.
불타는 사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아도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 불륜, 외도, 불타는 사랑에 대한 책을 제 자신이 지인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관적인 평이 많이 들어간 서평.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줄거리(스포 有) + 결말
이자벨 전에 난 인생을 전혀 몰랐다.
21살에 처음 파리를 갔다. 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프랑스어를 못하고, 친구도 없고, 내 인생을 규정할 확고한 방향 설정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서점에서 열린 파티에서 정말 아름답지만 결혼 반지를 끼고 있는 이자벨을 처음 만났다. 짧은 만남 후, 그녀의 명함을 받을 수 있었고 우리는 뒤엉키게 되었다. 평생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광기와 자유가 나를 지배했다.
우리는 일주일데 두 번 만났다.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에. 이자벨이 정한 규칙이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세상 그 누구보다 이자벨을 원했지만 규칙이 있었고 궁극적으로 서로 '사랑에 빠진 사이'는 아니어야 했다.
이자벨과 이미 많은 걸 함꼐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뭔가를 더 바라고 있었다. 이자벨에 대한 소유욕은 점차 커져갔다.
인턴십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자벨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낮에는 공부, 밤에는 시오반이라는 여자와 사랑과는 거리가 먼 섹스를 했다.
이자벨에게 다시 연락이 와 파리로 갔을 때 이자벨은 산후우울증으로 거의 미쳐있었다. 이성을 잃은 이자벨을 보니 머릿 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이 사건읠 계기로 서로의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자벨과 함께하는 오후 말고는 다른 걸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자벨은 이제 오히려 나를 원하기 시작했다. 권력의 변화는 이자벨이 까닭 모를 분노를 폭발시키는 순간 이미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 일 자체보다는 이전과 관점이 바뀐 것이 중요했다.
이자벨이 내게 분노를 표출하기 전까지는 나는 이자벨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었다. 지금은 반대로 이자벨이 나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으로 돌아와선 내 일에 열중했다. 이자벨과의 오후보다는 더 확장되고, 더 확실한 사랑을 원했다.
레베카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직업이었고 서로 첫 눈에 흥미가 생겼다.
그녀와의 대화는 즐거웠고 똑같은 결핍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라면 각자의 내면에 깃들어 있는 외로움을 다스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벌써 미래의 계획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편지는 주고받았지만 이자벨을 만나러 파리에 가지 않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나를 좋아하는 여자 사이에서 더는 갈등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잠깐 홀가분해지기도 햇지만 못내 가슴이 쓰라렸다.
레베카와 결혼을 약속한 때 미국 보스턴까지 이자벨이 찾아왔다.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자벨이 프랑스를 벗어나 보스턴에 오다니? 말도 안 돼.
이자벨이 이 도시에, 나의 도시에 나타났다.
이 무렵부터 레베카에게 알콜 의존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자벨은 자신이 미국으로 넘어오면 자신과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 예전과 다르게 겁이 났다. 하지만 이자벨과 섹스했다.
이자벨과의 섹스는 레베카와 달랐다. 눈 앞에 우주가 펼쳐졌다. 이렇게 서로 하나가 되는 섹스야말로 궁극적인 소통이었다. 나는 새삼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이 열정과 경이를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결국 레베카를 택했다. 우린 결혼했다.
난 로펌 대표 변호사가 되었고 레베카는 패소 후 내리막길을 타고 있었다. 그녀는 부정의 단계를 지나 분노의 단계를 걷고 있다.
토를 잔뜩 한 후 기절하고 벽에 물건과 음식들을 던져댔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속했다. 아이가 생겼지만 레베카는 아이에게 집착했고 우리의 섹스는 무미건조해졌다.
레베카는 점점 미쳐갔다. 게다가 아이는 뇌수막염을 앓고 청력을 잃어버렸다. 커다란 불행이 인생의 중심에 곧장 내려앉았다. 난 점점 자포자기한 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피비라는 여자를 만나 도피처로 삼았다.
레베카와는 이제 몸싸움도 하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난 레베카의 알콜 중독을 발견했고 그녀는 나의 불륜을 찾아냈다. 우리에게는 지독한 이혼 소송이 다가왔고 난 피비에게 버림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일을 만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이혼소송 때문에 업무 실적이 나오지 않자 로펌에서는 나에게 당분간 파리 지사 관리직을 맡으라고 제안했다.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 달에 2번 주말마다 아들과 지내는 생활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자벨에게 용기내어 연락했고 12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일주일에 세 번을 만났다. 예전과 같은 규칙이었다. 이제 나는 이자벨이 내세운 규칙이 우리 관계를 이성적으로 만드는 데 유용했단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자벨의 딸과, 내 아들도 서로 보여주었고 잘 지냈다. 그러다 이자벨의 딸이 큰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사건으로 이자벨은 우선 순위에서 나를 지우고 가족을 올렸고 우린 헤어졌다.
레베카는 다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매우 위험한 사람이 되었다. 정신 병원에 들어가기 까지 되었다. 그로 인해 아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파리 생활을 정리했다.
로리라는 괜찮은 여자와 연락하기 시작했다. 또 서서히 친밀감을 느꼈지만 망설임이 뒤따랐다. 이미 실망스런 연래를 많이 했고, 이제 또 상처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미래를 그리게 되었고 난 이자벨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언뜻언뜻 만족을 느끼는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자벨에게 다시 편지가 왔다. 목숨이 위태롭고, 마지막으로 한 번 보고싶다는.
이자벨은 초췌하고 앙상했으며 머리카락은 한 올도 없었다. 폐암으로 시작해 몸 곳곳에 암이 퍼졌다고 한다. 그녀는 온전한 정신으로 나와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모르핀 주사도 맞지 않고 통증을 견뎌냈다.
이자벨은 조용히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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