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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77편] 용의자 X의 헌신(서평, 줄거리)
    2024. 3. 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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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추리 소설 『용의자 X의 헌신』.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양억관이 자신의 번역을 대폭 손질해 원작이 지닌 문학적 향기와 감동을 오롯이 되살려냈다. 일본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여 지는 잔혹함이나 엽기 호러가 아닌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이며 낭만적인 테마를 미로처럼 섬세하게 엮어낸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도쿄 에도가와 인근 한 연립 주택에서 중년 남자가 모녀에 의해 살해된다. 숨진 남자는 도가시. 한때 술집 호스티스였으나 지금은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면서 첫 남편 사이에 낳은 딸 마사토를 키우고 있는 여자, 하나오카 야스코의 이혼한 두 번째 남편이다. 돈을 갈취하기 위해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는 그를 모녀가 우발적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우연히 사건을 눈치 채게 된 옆집 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그녀를 돕겠다고 나선다. 마음속으로 야스코를 깊이 사모해 왔던 이시가미는 완전범죄 만들기에 나서게 된다. 대학 시절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는 빈틈없는 알리바이를 만들고, 경찰 심문에 대응하는 요령까지 모녀에게 세세히 지시하여 경찰의 수사를 혼선에 빠뜨린다. 사건 다음날,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중년 남자의 변사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그것이 도가시의 사체임을 밝혀낸다. 야스코가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떠오르고, 경찰은 그녀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형사 구사나기는 자신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등장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던 천재 물리학자, 일명 ‘탐정 갈릴레오’, 유가와에게 S.O.S를 친다. 유가와는 구사나기에게 야스코의 이웃인 이시가미의 이름을 듣고 그가 대학 시절 자신과 전공은 다르지만 서로의 천재성을 인정했던 동창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이시가미가 사건에 개입했음을 직감하는데…….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재인
    출판일
    2017.08.30

     

     

     

     

     

    77번째 책을 읽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9.5점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안티팬이 되었는데 이 책 한방으로 다시 그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 좋은 책이었고 다 읽은 후에도 여운이 남는다. 다른 추리 소설들이 그러하듯 트릭, 복선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비중이 크지는 않아서 읽는데 무리가 전혀 없었다.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감정은 사랑이다.

     

    딸을 향한 야스코의 대가 없는 사랑.

     

    자신을 구원해 준 남자와 자신이 설렘을 느끼는 남자 사이에서의 복잡한 사랑.

     

    야스코를 위한 무한한 희생을 동반하는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사랑.

     

    제3자(독자)가 봤을 때의 잘못된 가치관에서 비롯된 삐뚤어진 사랑까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살인사건 추리소설에서 사랑타령을 하는 내가 이상해 보일 것이다.

     

     

     

    이 책의 다른 특징을 표현하자면 2차 함수라고 말하고 싶다.

     

    책이 선사하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후반부로 갈수록 2차 함수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나도 이 책 후반부를 읽을 때는 직장에 책을 가져가서 점심시간을 할애해 읽을 정도였으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보이는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과 고찰의 양과 몰입도도 2차 함수처럼 폭발적으로 커져만 갔다.

     

    대가 없는 헌신적인 사랑을 잘못된 방법으로 선사한 이시가미와, 그가 사력을 다했음에도 결국 자수라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야스코를 보면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범죄자들임에도 마음속에서 연민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너무 좋은 책이었지만 단점을 하나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유가와 마나부의 존재다. 참신하고 선입견 뒤에 교묘하게 숨은 트릭들을 어떻게 유가와는 단번에 파악했던 것인지 나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유가와 마나부는 그냥 고찰만으로, 이시가미의 트릭을 파악하고, 이시가미의 주변 관계를 파악하고, 경찰들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시가미의 범행을 완벽하게 파훼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유가와 마나부는 명탐정 코난, 괴도 루팡보다 훨씬 명석하다. 이 슈퍼 초인인 유가와 마나부를 조금만 더 인간적으로 구상했으면 완벽한 소설이 되었을 것인데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오랜만에 괜찮은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줄거리(스포 有)

     

     

     

    이시가미는 사립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옆집에 사는 하나오카 야스코라는 여자를 보기 위해 출근 전 항상 도시락집에 들린다. 그녀는 5년 전에 이혼해 딸이 한 명 있다.

     

    어느 날, 야스코가 일하는 도시락 집에 전 남편이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도가시 신지. 둘은 결혼 초에는 행복했다. 하지만 도가시가 회사 돈을 횡령해 해고당한 후, 도가시는 나태하고 폭력적인 인간으로 변해있었다. 딸도 아버지인 도가시를 두려워해 힘들게 이혼했지만 그 후에도 계속 재결합을 빌미로 야스코를 찾아왔다.

     

    오늘도 야스코는 냉정히 거절했지만 도가시는 집까지 알아내 찾아왔고 딸에 대한 협박도 하기 시작했다. 결국 2만 엔을 챙긴 도가시가 집을 나가려 신발을 신으려는 찰나, 야스코의 딸 마사토가 둔기로 도가시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도가시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곧장 마사토를 패기 시작했고 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야스코는 전깃줄로 도가시의 목을 졸라 죽여버린다.

     

     

     

    자수를 해야 할지, 딸은 공범이 되지 않을지 고민하던 찰나 옆집에 사는 이시가미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까지 했다. 이시가미는 담배 냄새, 소음 등으로 상황을 추리했다고 말했다. 이시가미는 시체를 들어 자신의 집으로 옮겼고 야스코와 마사토는 범행 현장을 청소했다.

     

    이시가미는 '내가 이들을 지켜야 한다'라고 다짐했다. 자신 같은 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일은 다신 없을 것이기에 자신의 지혜와 힘을 총동원해 그녀에게 닥칠 재앙을 막고 싶었다.

     

     

     

    인근 공사장에서 시체가 발견됐다. 얼굴은 문드러진 수박이 떠올려질 만큼 손상되었고 손가락은 불에 타서 지문이 완전히 지워졌다고 한다.

     

    에도가와 서에서는 이제 수사본부가 설치될 예정이다. 사건 현장 근처에서는 도난당한 자전거, 불에 탄 피해자의 의류 등이 발견되었다. 경찰은 갑자기 실종된 독신남 위주로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피해자가 도가시 신지라는 것이 밝혀졌다.

     

    형사인 구사나기는 수사 끝에 신지의 전 와이프인 야스코를 조사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한편으로 어딘가 모르게 석연치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수사 중, 이시가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데이토 대학 수학과에서 천재라고 불리었으며, 그 우수성이 타 학과까지 들릴 정도였다는 것까지.

     

    이시가미는 야스코에게 형사들이 찾아왔을 때의 대처법을 철저하게 교육했고 야스코와 마사토는 이를 잘 따랐다.

     

    이시기마는 촉망받는 수학 인재였지만 부모님의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교수라는 꿈을 포기한 사람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학원은 다닐 수 있었지만 부모의 생활비까지 마련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자로서의 인생 대신 수학 교사로서의 인생을 선택했다.

     

    야스코에게는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호감이 있었던 남자인 구도가 있었다.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그가 내심 좋았고, 사건 전에도 후에도 종종 만나서 설렘과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와 있는 걸 이시가미가 목격한 후로 이시가미의 태도가 눈에 띄게 차가워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두려웠다. 범행을 숨겨준 그에게 평생을 시달리지는 않을까?

     

    구사나기, 이시가미와 같은 대학을 나왔으며 구사나기의 수사에 도움을 여러 번 준 명석한 물리학자인 유가와. 유가와는 이 사건에서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유가와는 뭔가 모를 그 수상함에 이끌렸고 개인적인 이유로 사건을 추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시가미는 렌터카 하나를 빌려 구도가 운영하는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 그는 구도가 퇴근하기를 기다렸고 퇴근하는 구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야스코는 이런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새삼 생각했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이시가미는 구도의 차를 뒤쫓았다. 그리고 호텔로 들어서는 구도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남겼다. 이시가미는 생각했다. '만약 야스코가 그와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건 말할 것도 없이 나에 대한 배신행위다. 내가 당신을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해 보라. 나는 당신에게 명령할 권리가 있다. 즉시 이 남자와 헤어지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내 분노는 이 남자에게 향할 것이다. 기필코 보복할 것이다.'

     

    이시가미가 호텔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려는 순간. 야스코가 호텔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시가미는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떴다.

     

     

     

    형사들은 이제 이시가미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구도에게 들은 결과, 야스코를 보기 위해 매일 도시락을 사러 가는 사람이 이시가미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이시가미는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에게 의심의 화살이 온 근거를 생각해 봤다. 역시 유가와 마나부라는 동창인 물리학자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며칠 뒤, 유가와가 이시가미를 찾아왔다.

     

    둘은 가벼운 잡담을 나웠다. 그 후, 유가와는 길고 싶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에 깃든 슬픔이 이시가미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좋은 두뇌를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지 말고 이시가미의 재능을 잃고 싶지 않다고도 말했다. 유가와는 이시가미가 수사를 방해하려고 쓴 트릭들을 이시가미의 눈앞에서 하나하나 설명했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저 물리학자는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그날, 야스코는 이시가미의 전화를 받았다. 이제 연락할 일은 없을 것이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방관자로 남으라는 짧은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다음 날, 이시가미는 도가시를 죽인 범인이 자신이라고 자수했다. 그는 경찰에 자신은 야스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녀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이시가미는 도가시를 살해하고 시신을 은폐한 과정을 꾸며내 사실같이 진술했으며 야스코의 집을 도청해서 그녀의 상황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탐문조사 내내 이시가미는 정신병자 스토커 행세를 했다. 형사들은 이시가미의 진술 내용과 그에 대해 조사한 내용이 너무 달라 의심스러웠지만 완벽한 자백을 근거로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지었다.

     

    유가와는 석연치 않았다. 그의 자수와 진술 내용. 어느 모로 보나 옳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답을 이시가미는 자신의 두뇌를 총동원해서 고안해 낸 것일 테였다. 이번에는 경찰들과 유가와가 그가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전력을 다해 확인할 차례였다. 우리는 지금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시험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고찰 끝에 유가와는 이시가미의 트릭을 밝혀냈다.

     

    유가와는 고찰을 끝내고 야스코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시가미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살인범의 오명을 쓰면서까지 거짓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시가미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진실을 숨기고 있어요." 야스코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남자는 진상을 눈치채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가와는 이어서 말했다. "그가 너무도 야스코 씨를 사랑하고, 그래서 자신의 인생 모두를 걸었다는 사실을 댁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그가 벌인 이런 일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댁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견딜 수 없습니다."

     

    이시가미는 야스코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하나의 살인을 저질렀었다. 도가시 신지가 죽은 다음 날 말이다. 이시가미의 주변에 있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이시가미는 노숙자 하나를 고용해 도가시 신지가 거주하던 모텔에서 거주하게 했고, 자전거를 태워 범행 장소로 유인한 뒤 살해했다. 죽은 사람은 도가시 신지, 수상한 사람은 하나오카 야스코, 그런 구도를 만들어 냄으로써 경찰이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실상을 알게 된 야스코는 미칠 것만 같았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고 무거웠으며, 그 무게에 그녀의 마음이 찌부러질 것만 같았다. 야스코는 집에 돌아와 이시가미의 편지를 꺼내보았다. 편지에는 자신에 대한 것은 모두 잊고 구도 씨와 행복해지길 바라는 이시가미의 진심이 들어있었다. 글을 다시 읽은 야스코는 눈물을 흘렸다. 애정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설상가상으로 딸아이가 학교에서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시가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아갈 의미를 잃고 있었다. 수학밖에 모르는 자신이 죽는다 한들 누구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아 매일 죽음만 기다렸다. 1년 전, 이시가미는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 살아갈 잉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벨이 울리고 옆집으로 이사 온 야스코와 그녀의 딸을 보았다. 이때 처음으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후 삶의 기쁨을 얻었고 두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에게는 그것이 기적이었다. 사람은 때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시가미는 자신의 트릭이 들켰다는 걸 안 뒤에도 정신병자 스토커 행세를 했다. 입술을 비틀며 악당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에 구사나기의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인간이 이토록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몇 분 뒤, 야스코가 유치장에 들어왔다. 그녀는 죄책감에 못 이겨 자수를 했던 것이다. 그녀가 결심한 것이었다. 이시가미는 두 손을 머리를 쥐어짜며 계속해서, 계속해서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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