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99편] 설계자들
99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8점.
한국판 '존 윅'을 읽는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받았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이자 킬러인 '래생'의 삶을 다룬 소설인데요, 주인공의 인생은 탄생의 순간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친부모에게 태어날 때부터 버림받아 수녀원 앞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결국은 인생의 최하 밑바닥들만 모인다는 '푸주'라는 도시 안의 '개들의 도서관'에서 킬러로서 성장하게 됩니다.
저는 주인공인 래생을 이렇게 느꼈습니다.
'갱생의 여지가 있는 공허한 인간'
래생은 삶에 대한 의욕도, 욕망도, 관계에도 미련을 갖지 않는 공허한 인간으로 보여집니다.
직업은 나름 실력이 있는, 입지가 있는 킬러입니다만. 작업 외에는 딱히 관심있는 것도 없고 할 일 없는 날이 되면 집이 맥주 캔으로 가득 찰 때까지 맥주나 퍼마시는 인간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멍하니 천장을 보거나 타일의 무늬를 관찰하는 그런 류의 인간입니다.
하지만 갱생의 여지 또한 강하게 느껴지죠.
책 초반에 퇴역 장군을 암살할 때도 장군의 따뜻함에 작업 기간을 늘려 잡았고 장군이 키우던 개와 함께 마무리를 치뤘다는 점.
주인공의 동료인 '추'가 살려준 여자에게는 목을 부러뜨려 살인하라는 설계자들의 오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사용한 편안한 죽음을 선사해줍니다.
될 대로 되라라는 마음으로 공허하게 살았던, 살인을 설계하는 설계자들의 말에 고분고분 순응만 했던 추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이 바뀝니다.
수동적이었던 삶에서 자기주도적인 삶으로 방향성이 틀어집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판을 짰던 사람을 용서하고, 대의를 위해 힘을 합칩니다.
주변인들의 죽음에 분노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계획했던 사람을 죽이지 않게 됩니다.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최고의 킬러, 최악의 조직에 끝까지 대응하기도 하고
타인의 잘못까지 떠안고,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대의를 위해 한 몸 불사지릅니다.
큰 범위로 이 책을 정의한다면 범죄 스릴러 소설이겠지만, 저는 래생이라는 인물이 악함, 바르지 않음, 공허함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오는 여정기로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킬링타임 용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