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98편] 종의 기원(사이코패스 소설)

조제창도 2024. 10. 2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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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98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

 

몰입감도 뛰어나고 복선 회수도 잘 되어 있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책이었습니다.

 

다만, 내용이 너무 끔찍하네요.

 

"어떻게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의 끔찍함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말을 인용하면

 

이 책 '종의 기원'은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입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습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작가님이 왜 이런 끔찍하고 잔인한, 반인륜적인 책을 집필하셨을까?라는 질문에는 책의 끝에 대답이 등장합니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되새김질 하며 책의 내용을 복기해도 잘 공감은 되지 않는군요. 책의 주인공인 '유진'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웃을 때 웃지 않고 슬퍼할 때 즐거워하며 감정보다는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따지는 철저히 계산적인 사이코 패스 그 자체로 태어났습니다.

 

작가님의 의도대로 악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기 보다는 몰입감 있는 스릴러 소설로 읽는 것이 제 생각에는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은 확실하므로 시간이 나면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줄거리(스포 有)

 

책의 주인공은 유진이라는 한 청년입니다.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고 로스쿨에 합격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어렸을 적에는 전국 수영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의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진은 태어날 때부터 흥분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긴장하고 흥분할 상황에 유진은 오히려 마음이 침착해지고 냉정해졌습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과묵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곤 했습니다.

 

유진은 간질 환자입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발작을 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약을 먹어왔습니다. 때문에 수영을 그만둬야 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밤 9시 이후에는 외출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유진은 답답해 했습니다. 재미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약을 다시 한 번 중단해보기로 합니다. 약을 끊으면 발작이 찾아오지만 정신은 또렷해지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지 모를 욕망이 피어나옵니다.

 

그래서 유진은 약을 끊은 뒤 '지랄 병', '개 병'이라고 이름 붙인 이 흥분되는, 발작을 동반한 쾌락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증세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유진은 이 쾌락을 한 단계 높일 방안을 찾게 됩니다. 어두운 길을 홀로 걸어가는 여성을 따라가 겁을 주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겁을 먹을 때 풍기는 땀 냄새, 피 냄새, 그 분위기에 유진은 매혹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진은 기억을 잃습니다.

 

 

 

-

 

 

 

눈을 떠보니 유진은 피투성이가 된 채 꺠어납니다.

 

집 안 모든 곳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고 기억은 날아간 상태입니다. 거실로 나가보니 누군가 어머니의 목을 베어 죽여버렸습니다. 천천히 복기를 해본 결과, 범인은 유진 자신이었습니다.

 

살인 현장을 치우기 위해 청소를 하며 기억은 점차 되살아나고 어머니의 방을 뒤지며 유진 자신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유진은 사이코 패스로 태어났습니다. 사이코 패스 중에서도 상위 1%에 해당하는 순도 높은 사이코 패스로.

 

유진은 어릴 때 형이 서바이벌 놀이를 할 때 반칙을 썼다는 이유로 형을 절벽에서 밀어 죽여버립니다. 형을 구하러 아버지가 뛰어들어 아버지 또한 목숨을 잃습니다.

 

유진의 어머니는 그래도 자식을 지키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이모 '혜원'과 상의해 여러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유진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 사이코 패스 보다는 간질 환자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조그만 것 모두 간섭해가며 유진의 삶을 장악합니다.

 

 

 

-

 

 

 

약을 끊은 유진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사이코 패스 기질이 올라오고 유진은 어머니를 죽이기 조금 전, 여성을 겁주려다가 살인의 쾌락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곳에 발을 내딛습니다.

 

여성을 겁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성을 따라가 살인을 저지릅니다. 이 쾌락에 유진은 중독이 되고 어머니에게 그럴듯 한 변명을 하지 못합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어머니는 유진을 포기하고 유진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고 합니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유진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유진이 남을 죽일 때 사용했던 흉기가 유진의 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면도칼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유진을 포기하고 유진은 사회에 존재해선 안되는 '악'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유진은 되려 어머니를 죽여버립니다. 어머니를 죽이고도 '안녕히 주무세요 어머니'라고 말하고 유진은 잠에 듭니다.

 

 

 

-

 

 

 

유진의 어머니와 연락이 끊기자 이모인 '혜원'은 유진을 강력히 의심합니다. 사이코 패스인 유진이 자신의 언니를 죽였다고 확신하고 유진의 집을 수색합니다.

 

결국 언니의 시체를 발견하고 유진이 갱생불가능한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유진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맙니다. 유진은 망설임없이, 단칼에 이모까지 죽여버립니다.

 

 

 

-

 

 

 

유진에게는 죽은 형과 똑닮은 의형제 '해진'이 있습니다. 해진도 이상함을 감지합니다.

 

양어머니와, 양이모가 사라진 것. 휴대폰도 꺼져있고 주차장에는 양어머니와 양이모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 해진은 이를 토대로 유진 몰래 집 안을 수색하고 피로 범벅된 어머니의 침대 매트리스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해진에게 유진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유진은 자신은 도망갈 것이니 찾이 말아달라고 하지만 해진은 유진을 흠씬 두들겨 팬 다음에 자수를 강요합니다.

 

유진은 막다른 상황에서, 다시 자기 자신 내면의 사이코 패스를 불러들입니다. 일부러 두드려 맞은 얼굴을 이웃들에게 보이고, 해진의 차를 타고 자수하러 가는 길에 손이 포박된 연기를 하며 CCTV에 일부러 찍힙니다.

 

그리고 운전하는 해진을 폭행한 뒤 차와 함께, 해진과 함께 바다로 뛰어듭니다.

 

수영선수였던 유진은 생존했고 해진은 유진이 저지른 모든 죄를 뒤집어 쓴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는 오명을 가진 채 죽고 맙니다.

 

유진은 1년 정도 새우잡이 배에 타서 생활을 한 다음, 이 사건에 대한 열기가 식었을 즈음 다시 육지로 올라옵니다.

 

육지로 올라오니 그리웠던 그 냄새. 피 냄새가 서서히 코에 스며드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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