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96편] 죽여 마땅한 사람들

조제창도 2024. 10. 1. 14:00
728x90
반응형
 
죽여 마땅한 사람들
낯선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내밀한 사생활을 털어놓으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피가 흘러넘치는 잔혹함도 누가 봐도 나쁘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 하나쯤 있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그들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들이 증오를 처리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용서할 수 없기에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비록 살인일지라도. 히스로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 사업에 성공한 결혼 3년차의 테드는 빨간 머리에 깡마르고 바닷물처럼 투명하고 초록빛이 도는 푸른 눈동자를 지닌 릴리를 만난다. 마침 비행기가 지연되었기에, 테드는 언제든 반대 방향으로 갈라설 수 있는 공항의 법칙에 입각해 그녀에게 일주일 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우연히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눈치 챘고, 마침내 현장을 목격했다고. 그래서 출장 내내 고통스러웠다며 릴리에게 쏟아내듯 속마음을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묻는 릴리에게 “아내를 죽이고 싶어요. 그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거죠” 하며 테드는 농담이라는 신호로 윙크를 해보인다. 하지만 “나도 당신과 같은 생각이에요”라고 말하는 릴리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한데……. 릴리는 어릴 때부터 예술가, 작가, 엄마아빠의 새 애인과 전 애인이 뒤섞여 섹스 파티를 기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는 기르던 고양이를 괴롭히는 길고양이를 죽여 버리고, 이것이 그녀만의 완벽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얼핏 고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쓰레기를 치우듯 차례차례 죽여 나간다. 살인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저자는 뛰어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인의 당위를 만들어낸다. 다시는 전과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게끔 만든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죽일 자신이 있다면, 시체도 완벽히 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마음이 우리가 릴리를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저자
피터 스완슨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16.07.22

 

 

 

 

96번째 책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

 

근래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 납득이 가는 연관성, 주인공의 삐뚤어진 신념가지 이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네요.

 

이 책은 총 4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등장합니다.

 

각 Part 마다 주요 인물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런 장치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등장인물 간의 인과관계나 감정선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이코패스들의 페스티벌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 4명 모두 정상인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이코패스에 더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 테드 스번슨 : 바람을 핀 아내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어 살해 계획을 세우는 백만장자이자 전직 살인마

 

  • 릴리 킨트너 :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꼭 죽이며 살아왔던, 조용히 살고 싶은 살인마

 

  • 페이스 혹은 미란다 : 백만장자인 남편의 돈을 빼앗기 위해 타인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살인마

 

  • 킴볼 : 집착이 심하고 비뚤어진 성적관념을 가진 형사

 

주요 주인공들의 간략한 설명입니다만,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하지 않습니까?

 

이 사이코패스같은 인물들이 운명 혹은 우연 혹은 인연이라는 쳇바퀴에 갇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자기합리화에 갇혀 서로를 헐뜯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끔찍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소설 안에서 살해된 사람들은 전부 죽을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정도가 큰지, 작은지의 차이일 뿐 말 그대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지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니면 악인들끼리의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요?

 

마치 신의 심판인듯, 진주인공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살해할 때는 경찰에게 잡히지도, 큰 위기를 맞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죄가 가벼운 사람을 주인공이 살해하려고 하자마자 경찰에게 체포되고, 피해자도 심판을 피해갑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심각한, 남의 인생에 큰 피해를 준 사람들은 반드시 심판받는다? 악인은 언젠가 심판당한다? 이 부분을 책을 다시 한 번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바람을 피워 사랑하는 이의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게 하면 끔찍하게 죽을 것이다'

 


열린 결말

 

 

저는 원래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이야기의 확실한 끝맺음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열린결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진주인공이 풀려났을까? 계속해서 수감될까? 주인공의 부모들은 자식의 악행을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작가가 설치해 둔 여러 의미심장한 복선아닌 복선들이 동일한 확률로 열린 결말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깔끔한 열린 결말은 처음이라서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종장에서 열린 결말이 제공하는 여운을 한 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줄거리(스포 有)

 

테드 스번슨의 시선

 

공항 라운지 바에서 '릴리'라는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술이 들어가니 이야기가 즐거웠다. 괜찮다. 난 벌써 그녀의 이름을 잊어버렸고 평생 다시 볼 일도 없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 결혼 생활은 이미 권태기에 진입했다. 우리 부부는 케네윅에 대단한 저택을 짓고 있었는데 내 아내는 저택 시공업자와 바람이 났다. 난 둘의 섹스장면까지 봤다. 난 그 모습을 보고 먹었던 점심을 다 토해버렸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릴리에게 말했다. "난 아내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어요"

 

릴리는 내 아내를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 말에 공감했다. 난 돈줄일 뿐이다. 아내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하다.

 

나와 릴리는 아내를 죽일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아내의 가식적인 모습을 보니 아내 미란다는 내가 죽여야 할 괴물이라는 신념만 더욱 확고해졌다. 아내와 바람 난 브래드라는 시공업자도 죽일 것이다.

 

브래드와 술을 마시며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알콜 중독에 남의 아내와 바람을 피는 쓰레기라니. 그 또한 이 세상의 암과 같은 죽여 마땅한 사람이었다.

 

릴리를 만날 때마다 그녀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아내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진하게 들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린아이가 된 심정이었다.

 

학창시절, 나와 서로 좋아했던 레베카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날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갔으며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고 난 그녀의 집에 숨어있다가 그녀를 습격해 죽여버렸다. 이 생각을 하고 있던 날, 브래드가 날 찾아왔다.

 

술에 취한 브래드가 총을 쐈다. 이 멍청이는 자신이 내 아내와 결혼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총이 발사되고 복부를 관통하는 뜨거운 고통이 찾아왔다.

 

 

 

릴리의 시선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엄마의 손님 중에 '챗'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내가 자는 사이 내 몸을 만지기도 했다.

 

난 내 고양이를 공격한 길 고양이를 죽인 경험이 있다. 쳇을 만난 뒤 이 경험이 계속 생각났다. 계속해서 쳇에 대한 정보를 캐내고 또 캐냈다.

 

쳇을 유혹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우물 안에 밀어넣어 죽이는 데 성공했다. 쳇을 죽인 뒤, 체포와 죄책감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경찰이 오지도 않았고 죄책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내게는 에릭이라는 첫 사랑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내 사랑을 배신한 채 다른 여자와 양다리를 걸쳤다. 그 여자가 나와 같은 빨간 머리를 가졌다는 것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에릭 또한 죽여 마땅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는 살아가면서 나 말고도 여러 여자들을 아프게 할 것이다.

 

난 에릭을 술에 취하게 한 뒤,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그에게 몰래 견과류를 먹여 죽여버렸다. 에릭과 바람을 피운 여자, 그 여자가 지금 테드 스번슨의 와이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드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이미 테드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가 너무 보고 싶지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 뿐이다. 미란다와 브래드 둘 다 죽여야겠다.

 

브래드를 꾀어냈다. 그는 이미 더 약해질 수 없을 만큼 약해진 상태였다. 그에게 미란다를 죽이는 것만이 당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설득을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약해진 브래드를 이용해 미란다를 죽이는 데 성공했고 약으로 브래드를 취하게 한 뒤 브래드도 죽여버렸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여러모로 살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현이다. 모든 일이 끝났음에도 난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경찰에 잡히지도 않았다. 난 세상을 바꿨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리라.

 

킴볼이라는 형사가 내게 찾아와 간단한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위협은 되지 않았다. 이 형사는 계속해서 나를 미행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인해 이 형사에게 칼을 박아넣었지만 뒤따라오던 동료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난 수감되었다.

 

난 '나를 지속적으로 미행하며 괴롭힌 형사'라고 주장하며 킴볼과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그는 분명히 내게 집착했고 내 비밀을 알 수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단독으로 날 미행했다는게 밝혀져 경찰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소지품안에서는 나와의 섹스를 연상시키는 그의 추잡한 글까지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 변호사는 내가 곧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으면서 이야기 해주었다.

 

 

 

미란다의 시선

 

테드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결혼할 만큼은 좋아했다. 하지만 남은 인생 전부를 그와 보내는 것은 미치도록 싫었다. 나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자랐다.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은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뜻했다.

 

브래드를 선택한 게 큰 실수였다. 이 머저리는 내 남편을 죽일 때 목격자에게 발각됬다고 한다. 경찰이 만든 몽타주도 브래드와 꼭 닮아있었다.

 

브래드의 집을 찾아가자 어떤 여자와 이야기를 하는 브래드를 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분명 릴리였다.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사냥감이 된 것일까?

 

릴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브래드와 내가 남편을 죽이려고 계획한 것 전부. 릴리는 내게 입막음 비용을 요구했다. 난 이를 역으로 이용해 브래드와 릴리 모두 죽여버릴 계획을 세웠다. 테드의 돈이 내 명의가 되면 지긋지긋한 이 곳과 영원히 연을 끊을 것이다.

 

릴리를 죽이려고 브래드와 함께 찾아갔지만 브래드가 움켜쥔 거대한 스패너는 내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킴볼의 시선

 

테드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브래드가 사라져버렸다. 분명 이 놈이 범인인데 갑자기 사라졌다. 그간 행적을 조사했더니 테드 스번슨이 릴리를 사랑했음을 짐작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미란다가 머리가 깨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사를 계속하니 릴리 킨트너가 사건 전후로 범행 현장 근처를 방문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여자에게는 어떠한 비밀이 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릴리를 여러차례 간단하게 조사했지만 그녀의 답변들은 너무 완벽했다.

 

난 릴리를 계속해서 미행했다. 대체 뭘 기대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도 내가 사적으로 릴리 킨트너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나체를 상상하기도, 그녀와의 섹스를 생각하기도 했다.

 

미행을 하던 도중 릴리를 놓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릴리가 내 뒤에 서있었다. 미행하던 경찰이 오히려 뒤를 잡히다니.. 릴리는 갑자기 내 코 앞에 섰고 나는 그녀가 내게 키스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심장 근처로 찌르는 듯한 상처가 밀려들어왔다. 릴리가 내게 칼을 쑤셔넣었다.

 

 

 

 

 

 

반응형